bau 프렌즈 B
너, 이런 뉴스 본 적 있지. 지은 지 삼사십 년밖에 안 된 아파트가 벌써 금이 가고,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새고, 결국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 거. 콘크리트는 튼튼함의 상징인데, 막상 우리가 사는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아. 길어야 백 년, 보통은 그보다 훨씬 못 미쳐. 그래서 우리는 몇십 년마다 부수고 다시 짓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
그런데 여기, 지어진 지 거의 2000년이 된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있어. 지붕에 철근 하나 안 들어갔는데, 아직도 멀쩡히 서 있어. 심지어 지금도 세계에서 제일 큰 '철근 없는 콘크리트 돔'이야. 로마 한복판에 있는 판테온이지.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2000년 뒤의 기술을 가졌고, 계산기도, 철근도, 고강도 시멘트도 있어. 그런데 왜 로마 사람들이 만든 콘크리트가 우리 것보다 오래 살아남았을까. 이건 단순한 옛날 자랑이 아니야. 이 질문의 답 안에, 좋은 재료란 무엇인가, 나아가 우리는 무엇을 만들며 사는가에 대한 꽤 묵직한 이야기가 들어 있거든. 커피 한 잔 들고 천천히 따라와 봐.
Chapter 1. 2000년을 버틴 지붕 — 판테온이라는 사건
판테온은 서기 126년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 시절에 지금 모습으로 완성됐어. 무려 1900년 전이야. 로마가 불타고, 제국이 무너지고, 중세가 오고, 르네상스가 지나고, 세계대전이 두 번 터지는 동안 — 그 모든 시간을 이 건물은 그냥 서서 버텼어.
가장 놀라운 건 지붕이야. 반구형 돔인데, 지름이 약 43미터. 한가운데엔 '오큘러스'라고 부르는 지름 9미터짜리 둥근 구멍이 뻥 뚫려 있어. 비가 오면 그 구멍으로 빗물이 그대로 떨어져(바닥엔 물이 빠지도록 배수 구멍까지 뚫어 놨지). 그런데 이 거대한 지붕엔 철근이 단 한 가닥도 없어. 순전히 콘크리트 덩어리 하나로,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며 2000년을 버틴 거야.
로마인들이 머리를 쓴 대목이 여기서 드러나. 돔은 위로 올라갈수록 무거우면 무너지기 쉽잖아. 그래서 아래쪽엔 무겁고 단단한 골재를 쓰고, 위로 갈수록 가벼운 재료를 섞었어. 꼭대기 오큘러스 근처엔 물에도 뜨는 화산석, '경석'을 골재로 썼지. 게다가 천장 안쪽을 움푹움푹 파낸 격자무늬(코퍼) 봤을 거야. 그거 장식만이 아니라, 지붕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계산이었어. 무게를 줄일 곳은 줄이고, 힘이 실릴 곳은 남기고 — 요즘 말로 하면 아주 영리한 구조 설계였던 거지.
그럼 이 거대한 지붕을 대체 어떻게 부어 올렸을까. 로마인들은 먼저 나무로 돔 모양의 거푸집을 통째로 짜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층층이 눌러 담아 굳혔어. 다 굳은 뒤 나무틀을 걷어 내면, 콘크리트 껍질만 스스로 하늘에 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꼭대기 구멍, 오큘러스. 창문 하나 없는 이 건물에 빛을 들이는 유일한 통로야. 해가 움직이면 그 둥근 빛기둥도 벽과 천장을 타고 천천히 돌아가는데, 사람들은 그걸 거대한 해시계처럼 여겼대. 2000년 전 사람들이 콘크리트로 공간뿐 아니라 빛까지 설계한 셈이지.

이 건물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데엔 운도 한몫했어. 서기 600년대 초에 판테온이 성당으로 바뀌면서, 버려지지 않고 계속 관리를 받았거든. 덕분에 다른 로마 건물들이 돌 하나씩 뜯겨 나가 사라지는 동안, 판테온은 온전히 남았어. 그래도 근본은 재료야.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재료가 형편없었으면 2000년은 어림없었을 테니까.
현대 건축가들이 이걸 보면 소름이 돋는대. 지금 우리한테 저 크기의 무근 콘크리트 돔을 만들라고 하면, 솔직히 쉽지 않거든. 로마인들은 도면 프로그램도, 구조 계산 소프트웨어도 없이 이걸 해냈어. 그것도 딱 한 번 하고 끝난 게 아니라, 수도교·부두·목욕탕·도로까지 제국 전역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었지. 그중 상당수가 아직도 남아 있어.
여기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와. 대체 로마 콘크리트는 뭐가 달랐길래? 그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우리 콘크리트'가 왜 그렇게 빨리 늙는지부터 봐야 해. 비교 대상이 있어야 로마의 비밀이 선명해지거든.
Chapter 2. 우리 콘크리트는 왜 100년을 못 갈까
먼저 오해 하나 풀자. 현대 콘크리트가 로마 것보다 '약해서' 빨리 무너지는 게 아니야. 오히려 짓눌리는 힘(압축강도)만 놓고 보면 지금 콘크리트가 훨씬 세. 문제는 강도가 아니라 수명, 즉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야.
우리가 쓰는 콘크리트의 뼈대엔 대부분 철근이 들어가.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엔 강하지만 잡아당기는 힘엔 약해서, 그 약점을 철근이 메워 주거든. 이 '철근 콘크리트'는 20세기 건설을 통째로 바꾼 위대한 발명이야. 고층 빌딩도, 긴 다리도, 지하철도 다 이 덕분에 가능해졌지. 우리가 사는 도시 자체가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졌다고 봐도 돼.
그런데 바로 그 철근이 아킬레스건이기도 해. 세월이 지나면 콘크리트의 작은 틈으로 물과 공기, 바닷가라면 염분까지 스며들어. 그게 속에 있는 철근에 닿으면 철근이 슬슬 녹슬기 시작해. 철은 녹슬면 부피가 몇 배로 불어나거든. 부풀어 오른 철근이 안에서 콘크리트를 밀어내면, 겉이 쩍쩍 갈라지고 조각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 우리가 오래된 다리 밑이나 지하주차장에서 보는 그 흉한 균열과 박리가 대부분 이거야. 오죽하면 이걸 '콘크리트 암'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어. 한번 시작되면 안에서부터 조용히 번지거든.
생각해 보면 우리 도시가 딱 그래. 지은 지 30년쯤 된 아파트는 벌써 '노후'라 불리고, 40년이면 재건축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잖아. 우리는 은연중에 '건물은 원래 한두 세대 쓰고 다시 짓는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 그런데 로마 사람들은 손주의 손주, 그 너머까지 쓸 것을 지었어. 애초에 '얼마나 오래 쓸 것인가'를 재는 눈금 자체가 달랐던 거야.

그래서 현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설계 수명은 보통 50년에서 길어야 100년 정도로 잡아. 물론 관리를 잘하면 더 가지만, '철근이 녹슨다'는 근본 시계는 계속 돌아가. 로마 콘크리트엔 이 시계가 아예 없었어. 왜? 철근을 안 썼으니까. 녹슬 철이 없으니 안에서 터질 일도 없었던 거지.
여기에 하나 더. 지금 우리가 쓰는 시멘트는 '포틀랜드 시멘트'라고 불러. 1824년 영국의 조지프 아스프딘이 특허를 낸, 근대의 발명품이야. 성능은 훌륭하지만 만들 때 문제가 있어. 재료를 1400도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야 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들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엄청 나와. 시멘트 산업이 뿜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나 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야. 콘크리트는 인류가 물 다음으로 많이 쓰는 물질이라, 매년 수십억 톤이 부어지거든. 그만큼 지구에 주는 부담도 크다는 얘기지.
정리하면 우리 콘크리트는 세지만, 철근 때문에 늙고, 만드는 데 지구 자원을 많이 써. 빨리 짓고 빨리 부수는 20세기의 속도에 최적화된 재료였던 셈이야. 그럼 로마 콘크리트는 도대체 뭘로,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 문제들을 다 비켜 간 걸까.
Chapter 3. 로마인의 비밀 재료 — 불의 산에서 온 가루
로마 콘크리트의 첫 번째 비밀은 재료에 있었어. 그들은 석회에다 특별한 가루를 섞었는데, 바로 화산재야. 나폴리 근처 '포추올리'라는 지역에서 나는 화산재를 특히 즐겨 썼는데, 이 화산재를 뜻하는 '포촐라나'라는 말도 그 지명에서 나왔대. 이름부터가 땅의 이야기인 거지.
놀라운 건, 로마인들이 이 재료의 힘을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야. 2000년 전 로마의 학자 대(大) 플리니우스 같은 이들은, 포추올리의 흙이 물에 닿으면 돌처럼 단단해지고 바닷물 속에서 날마다 굳어 간다고 기록을 남겼어. 과학으로 원리를 설명하진 못했어도, "이 가루를 섞으면 물속에서도 단단해진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고 써먹은 거지.
화산재가 왜 그렇게 특별하냐고? 쉽게 말하면 이래. 보통 석회 반죽은 공기 중에서 천천히 굳는데, 화산재 속 성분이 석회·물과 만나면 물속에서도 굳는 새로운 접착 물질을 계속 만들어 내. 그래서 물에 잠긴 채로도 — 아니, 물에 잠겼기 때문에 오히려 — 더 단단해지는 거지. 실제로 지중해 곳곳엔 2000년 전 로마가 쌓은 항구 방파제가 아직도 파도를 맞으며 남아 있어. 우리 같으면 몇십 년이면 소금물에 삭아 버렸을 자리에서 말이야.
이 화산재가 마법이었어. 석회·화산재·물이 만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한 결정 구조가 자라나. 그러니까 로마 콘크리트는 굳고 나서 '끝'이 아니라, 세월과 함께 계속 여물어 가는 재료였던 거야. 우리 상식과는 정반대지. 우리 콘크리트는 시간이 흐르면 늙는데, 로마 콘크리트는 시간이 흐르면 더 단단해졌어.
가장 극적인 증거는 바닷속에 있어. 로마인들은 바다에 방파제와 부두를 콘크리트로 지었는데, 보통 콘크리트라면 소금물에 담가 두는 건 최악이야. 앞서 말했듯 염분은 콘크리트의 적이니까. 그런데 이 로마식 해양 콘크리트는 2000년 동안 파도를 맞으면서 오히려 더 튼튼해졌어.

2017년, 미국 유타대학의 지질학자 마리 잭슨 연구팀이 이 바다 콘크리트를 뜯어 분석했어. 그랬더니, 바닷물이 콘크리트 속 화산재 성분과 천천히 반응하면서 '알루미늄질 토버모라이트'라는 아주 단단하고 드문 광물 결정이 자라 있더래. 파도가 미세한 틈을 만들면, 그 틈으로 스민 바닷물이 새 결정을 키워 틈을 다시 메우는 식이었지. 잭슨은 이 재료를 두고,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내구성 있는 건축 재료의 하나라고 표현했어. 우리한테 바닷물은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적인데, 로마 콘크리트한테는 오히려 몸집을 키워 주는 양분이 된 거야. 상상이 가?
Chapter 4. 스스로 아무는 콘크리트 — '실수'인 줄 알았던 하얀 덩어리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야. 진짜 반전은 최근에 밝혀졌어.
오래전부터 학자들은 로마 콘크리트를 현미경으로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했어. 콘크리트 안에 하얗고 자잘한 석회 덩어리가 콕콕 박혀 있었거든. 다들 이걸 '로마인들이 재료를 대충 섞어서 생긴 불량, 실수의 흔적'이라고 여겼어. 좋은 콘크리트라면 재료가 균일하게 섞여야 하는데, 이 덩어리들은 그렇지 못한 증거라고 본 거지.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값싼 석회를 대충 넣었나 보다' 하고 넘겼대.
재밌는 건, 이 오해가 수백 년이나 이어졌다는 거야. '균일하게 잘 섞인 게 좋은 콘크리트'라는 상식이 워낙 단단히 굳어 있어서, 그 하얀 덩어리는 그냥 옛날 기술의 한계쯤으로 치부됐지. 그 오랜 편견을 깬 건, 재료를 아주 미세한 단위까지 들여다보는 현대의 정밀 분석 장비였어. 눈으로는 그저 불량으로 보이던 것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실은 정교한 장치였던 거야. 때로는 '실수처럼 보이는 것'을 함부로 지우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해.
2023년, 미국 MIT의 재료과학자 아드미르 마시치 교수 연구팀이 이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어. 이들은 이 하얀 덩어리가 실수가 아니라, 오히려 로마 콘크리트가 오래 버틴 핵심 비밀이라고 밝혔지.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려 큰 화제가 됐어.
무슨 얘기냐면 이래. 로마인들은 석회를 그냥 쓴 게 아니라,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는 뜨거운 '생석회'를 섞는 방식을 썼어(연구팀은 이걸 '핫 믹싱'이라고 불러). 이 과정에서 반응성이 살아 있는 하얀 석회 덩어리가 콘크리트 곳곳에 캡슐처럼 박히게 돼. 평소엔 그냥 얌전히 박혀 있지.
그러다 콘크리트에 금이 가는 순간이 결정적이야. 균열은 무른 이 석회 덩어리를 지나가기 쉬운데, 거기에 빗물이나 물이 스며들면 석회가 물에 녹아 흐르다가 다시 굳어. 탄산칼슘 결정으로 재결정되면서 갈라진 틈을 스스로 메워 버리는 거지. 사람 몸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앉아 아무는 것처럼, 콘크리트가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는 셈이야.

마시치 팀은 실제로 실험했어. 로마식으로 만든 콘크리트와 현대식 콘크리트에 똑같이 금을 낸 다음, 그 틈으로 물을 흘려보냈지. 로마식은 몇 주 만에 균열 사이가 새 결정으로 메워지면서 물이 더는 새지 않게 됐는데, 현대식은 끝까지 물이 줄줄 샜대. '실수'인 줄 알았던 하얀 덩어리가, 알고 보니 2000년을 버티게 한 자가 치유 캡슐이었던 거야. 이쯤 되면 로마인들이 정말 원리를 알고 그랬는지, 아니면 오랜 시행착오 끝에 몸으로 터득한 건지가 궁금해지는데 — 확실한 건, 그 결과가 2000년 넘게 눈앞에서 증명되고 있다는 거야.
Chapter 5. 오늘의 과학은 다시 로마로 간다
여기서 재밌는 반전이 하나 더 있어. 이 이야기가 '옛날 사람들 대단했네'로 끝나는 게 아니거든. 지금 최첨단 재료과학이 오히려 로마를 다시 공부하고 있어.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미생물학자 헨드릭 용커스는 아예 콘크리트 안에 특수한 박테리아와 그 먹이를 넣는 연구를 했어. 평소엔 잠자던 박테리아가, 균열이 생겨 물이 들어오면 깨어나서 석회석을 만들어 틈을 메워. 살아 있는 생물로 상처를 아물게 하는, 이른바 '바이오 콘크리트'지. 원리는 다르지만 목표는 똑같아. 스스로 아무는 콘크리트. 로마가 광물로 했던 걸, 현대는 생물로 다시 해보려는 거야.
마시치 교수 팀도 로마의 자가치유 원리를 응용해, 균열을 스스로 메우는 현대 콘크리트를 상용화하는 길을 찾고 있어. 마리 잭슨 팀은 화산재 콘크리트를 연구해 시멘트를 덜 쓰고도 튼튼하며 이산화탄소를 적게 뿜는 재료를 꿈꾸고 있고. 즉 미래의 콘크리트가 2000년 전 로마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거야.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앞선 힌트가 되는, 좀 근사한 역설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오래가는 콘크리트'에 매달릴까. 단순히 안 부서지면 좋으니까가 아니야. 생각해 봐. 다리 하나, 건물 하나가 두 배로 오래 버티면, 그만큼 덜 부수고 덜 새로 짓게 돼. 앞에서 시멘트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고 했지? 오래 쓰면 그만큼 새로 만들 콘크리트가 줄어드니, '오래 가게 만드는 것'은 사실 가장 확실한 친환경이기도 한 거야. 게다가 낡은 구조물을 보수하고 철거하는 데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사고 위험까지 생각하면, 수명은 단순한 튼튼함을 넘어 돈이고 안전이고 환경이야.
로마인들이 지구 환경까지 생각하며 콘크리트를 부었을 리는 없어. 하지만 '오래 남을 것을 짓는다'는 그 단순한 태도 하나가,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의 답을 얼핏 품고 있어. 오래 쓰는 것이 결국 가장 아끼는 것이라는, 오래돼서 더 새로운 지혜 말이야.

Chapter 6. 그래서, 진짜 교훈은 재료가 아니야
자,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서 보자. 로마 콘크리트가 오래간 이유를 정리하면 세 가지쯤 돼. 첫째, 녹슬 철근이 없었다. 둘째, 화산재 덕에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졌다. 셋째, 스스로 균열을 아무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 셋을 관통하는 진짜 교훈은 재료 그 자체가 아니야. 콘크리트를 대하는 태도였어.
우리는 오랫동안 콘크리트를 '빨리, 싸게, 강하게'의 관점으로 봐 왔어. 공기를 단축하고, 단가를 낮추고, 당장의 강도를 높이는 게 목표였지. 그 결과 우리는 아주 강하지만 아주 빨리 늙는 콘크리트를 갖게 됐어. 반면 로마인들은 '오래 가게'를 먼저 생각했어. 당장 세기보다, 100년 뒤·1000년 뒤에도 서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재료를 골랐지. 그 차이가 200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로 남은 거야.
우리가 매일 밟는 보도블록, 길가에 서 있는 옹벽, 땅속에 묻힌 관까지 — 전부 콘크리트로 만든 물건이야. 무심히 지나치는 이 회색 재료가, 알고 보면 2000년의 실험을 거쳐 온 셈이지. 그리고 그 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해. "당신은 지금, 얼마나 오래갈 것을 만들고 있나요?"
빨리 짓고 빨리 부수는 시대에, 로마의 돌덩이 하나가 슬쩍 건네는 질문치고는 꽤 묵직하지 않아?
콘크리트 2차제품을 다루다 보면, 우리도 매일 이 질문 앞에 서. 싸고 빠른 것과, 오래 남는 것 사이에서.
bau는 그래서 '얼마나 싼가'보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를 먼저 봐. 2000년을 버틴 재료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 딱 그거였으니까.


